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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 속, 덧없는 바쁨의 그림자

가짜 노동 두 번째 서평. 이 책은 사라진 시간, 사라진 의미, 그리고 시간과 의미 되찾기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 오늘 읽은 부분은 시간과 의미 부분이다. 사라진 시간의 마무리 부분은 노동의 본질과 변화에 대하여 말한다. 텅 빈 노동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빈둥거리기, 시간 늘리기, 일 늘리기, 일 꾸며내기라는 네 가지 텅 빈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변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들이라 재밌기도 하고 씁쓸한 파트다. 그 외에도 정말 상관없는 불필요한 일을 하면서 급여를 받고 바쁜 척에 심취한 가짜 노동에 대해 언급하며 세상의 진짜 노동은 훨씬 적을지도 모른다고 화두를 던진다. 왜 가짜 노동을 하며 장시간 노동에 많은 이들이 휘둘릴까? 가짜 노동을 없애면 주 15시간 노동이 실현되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이어서 성과를 창출하지 않는 나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기분을 지키고 자존감을 유지하기 위해 서류 정리를 다시 하는 사무직을 언급하고, 변화를 맞이하는 순간 과거의 오래된 일이 무의미해지는 메커니즘도 이야기한다. 가짜 노동이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에서 파생되는 것임을 말한다. 합리성을 쫓지만 이성적이진 않은 일들과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다. 합리적이라 믿으며 우후죽순 생겨난 여러 시스템은 그 시스템이 본체를 갉아먹고 파괴하게 만드는 존재가 됨으로써 이성적이지 않은 존재가 된다. 의도대로 작동되지 않는 기술들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이메일, 자동차의 발명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노동을 창출해 냈다. 우리를 해방시켜 주리라 기대했던 기술은 결국 더 많은 일을 만들었다며, 세탁기가 생김으로써 한 달에 한 번 하던 빨래가 하루 한 번으로 변한 사례도 나온다. 지금 시대의 AI도 우리를 노동에서 해방시켜 줄 것처럼 등장했지만 실제로 내가 속한 회사도 AI 전용 팀 담당자가 생기면서 노동은 증가했다. 앞으로 어떻게 세상이 전개될지 궁금하다. AI는 가짜 노동을 없앨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가짜 노동을 창출하는 기술이 될 것인지. 사라진 의미 파트에서는 고임금을 받는 중역들의 자기 과시와 노동을 신봉하는 문화에 대해 말한다. "바빠?"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금기시된 문화 말이다. 고대에는 빈둥거림이 귀족의 특권이었지만 지금은 바빠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 가치 높은 사람으로 대접받는 문화라는 것이다. 새로운 상류층의 바쁜 삶은 성공과 진보의 동의어가 되었다. 바쁨 신봉 문화를 끝내고 할 일이 끝났으면 집에 가라고, 가짜 노동을 몰아내고 진짜 노동을 하라며 사장이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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