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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침묵의 저항 속에 핀 슬픈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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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라는 강렬한 첫 문장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일반적인 사람과 비일반적인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 속에서 누구나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영혜는 왜 그렇게밖에 소극적 저항을 할 수밖에 없었나. 다른 방식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할 순 없었나? 이렇게 '왜'라고 질문을 던지는 나 역시도 또다른 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일까?

조용한 퇴사, 중국의 탕핑족, 일본의 사토리세대, 한국의 N포세대 등장의 예고편 같기도 한 한강의 소설<채식주의자>. 저출산 역시도 희망 없는 사회에 대한 개개인의 소극적 저항이 일궈낸 거대한 반향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어디에선가 지금 세대들이 잘하고 있다고 하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취업시장에 뛰어들어 노동력 착취당하길 거부하고, 결혼과 출산을 거부함으로써 체제와 국가에 경고 메시지를 강력하게 보내는 것.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남과 여, 남과 북, 여당과 야당이 아니라 거대한 체제가 아닐까? 우리가 갈등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집단이 누군지 항상 생각하라는 인문학사랑님의 코멘트가 생각난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연대를 통한 체제의 전복인 것일까. 전복시키기만 하면 핑크빛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승자와 약자, 어떤 시스템에서든 소외되는 계층은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해결방법은 그 소외되는 약자의 위치에 언제든 내가 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연대하는 자세를 모두가 가져야 한다는 것 아닐까. 그런데 지금의 자본주의, 무한경쟁,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시스템 체제 속에서는 그러한 가치를 쫓으며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겠지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혜와 인혜에 대한 복잡한 마음.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인혜들에 대한 화와 짜증이 수시로 찾아오곤 한다. 왜 저렇게 비겁하고 생각없이 사는 것인지. 나보다 더 짙은 영혜들에겐 나 또한 인혜가 되고 말텐데. 내가 미워해야될 대상은 인혜가 아닌데. 나와 똑같지 않음에 대한 분노를 휘두르는 내 마음이 그녀들의 아버지, 남편들, 육식을 강요하는 세상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우리는 결국엔 자신과 다름을 참을 수가 없는 본성을 지닌 채 태어난 것일까. 산다는 것은 다름에 대한 이해를 늘려가는 과정인 것일까. 나의 다름을 존중해달라고 그토록 외치면서도 나의 이러한 가치를 알아채주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나 자신에게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기운이 느껴진다. 내가 <채식주의자>의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이 있나싶다. 당장에 오늘 아침 문득 영혜는 왜 그런식으로밖에 그렇게밖에 소극적 저항을 할 수 밖에 없었나, 화를 내며 일어난 나 자신을 바라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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